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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 대응 전략으로서의 UBRC
고령화 사회로의 급속한 진입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대학을 중심으로 한 은퇴자 공동체(University-Based Retirement Community, 이하 UBRC) 모델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본은 미국식 UBRC처럼 제도적으로 정형화된 모델을 도입한 것은 아니지만, 대학과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고령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다양한 실천적 시도를 통해 UBRC와 유사한 형태의 공동체 모델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도쿄대의 '가시와노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대표적인 사례는 도쿄대학교와 지바현 가시와시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가시와노하 스마트시티(Kashiwa-no-ha Smart City)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도쿄대, 지자체, 그리고 민간 기업인 미쓰이부동산이 협력하여 도시 재생과 고령사회 대응을 결합한 스마트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 목표입니다.
특히 이 모델은 고령자 전용 주거 단지, 의료 및 복지 인프라, 대학 참여형 커리큘럼이 통합된 것이 특징은며, 은퇴자들이 단순히 생활하는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학습과 연구, 건강관리,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히로사키대의 ‘건강수명 연장’ 프로젝트
또 다른 주목할 사례로는 아오모리현에 위치한 히로사키대학교의 ‘건강수명 연장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에 거주하는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정밀 건강검진과 라이프로그 데이터(lifelog data)를 수집·분석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고령자 개개인으로부터 수집하여, 건강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생활습관 개선을 유도하며,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정책을 설계하는 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령자 맞춤형 예방의료·교육 프로그램도 개발 중입니다.
또한,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령자 맞춤형 예방의료·교육 프로그램도 개발 중입니다.
이 과정에서 고령자들은 단순한 연구 대상이 아니라, 실질적인 연구 참여자이자 피드백을 제공하는 공동 창작자(co-creator)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는 고령자의 자기 효능감을 높이고, 건강한 노화를 실현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재해 대응형 고령자 주거 모델, ‘홋코리야’
도쿄대학교 건축계획연구실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설계한 ‘홋코리야(ほっこりや)’ 프로젝트도 매우 의미 있는 사례입니다. 이 주거시설은 고령의 이재민을 위한 맞춤형 공동 주거 공간으로, 공유 식당, 목욕 공간, 취미활동 공간 등을 함께 설계하여 고립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UBRC 개념과의 접점 및 한국에 주는 시사점
이처럼 일본의 사례들은 UBRC의 본질적인 가치, 즉 고령자의 자율성과 사회참여 확대, 교육 및 의료 인프라와의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일본의 사례에서는 'UBRC'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실질적 기능과 목적 면에서는 상당히 유사한 모델이 정착되어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향후 한국형 UBRC 설계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 대학과 지자체의 협력 기반 마련, ▲고령자 대상 맞춤형 교육 콘텐츠 개발, ▲의료 및 사회서비스와의 통합 인프라 설계 등은 우리 사회가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더욱 중요해질 전략적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일본의 실천적 모델을 참고하여, 한국도 대학과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고령자의 삶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고령자 커뮤니티 모델을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