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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도시생활, 마을버스부터 광역버스까지 매일 시민들의 일상을 책임지는 버스 기사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사실. 지난번에 마을버스기사님들의 극악무도한 근무환경에 대해 소개했는데요. 오늘은 버스기사님들이 겪는 스트레스와 법원의 판례에 대해 소개드리려고 해요.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버스 기사님의 '적응 장애'를 산업재해로 인정한 판결이 내려졌는데요. 이건 버스기사님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인정해주는 중요한 판결이라 소개하려고 합니다.
사건의 시작: '배차 정시성'이라는 압박의 그림자
이 사건은 2018년 A사에 입사한 구자연 기사님 사연에서 시작됩니다. 구 기사님에게 위기가 찾아온 건 2021년 11월부터였습니다. 회사가 갑자기 '배차 정시성 미달' 직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시말서를 요구하기 시작했거든요. 이는 서울시가 시내버스 회사 평가 기준 중 '배차 정시성'을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정하게 되면서 생긴 일입니다.
버스가 제시간에 정확히 오면 솔직히 정말 편하죠. 안 그런가요? 그런데, 서울 시내에서 정확한 시간에 버스를 운행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시민들을 생각하면 '정시성'이라는 기준이 중요하긴 하지만 교통 체증, 돌발 상황, 승객 승하차 시간 등 변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사실상 지키기 어려운 기준이란 건 삼척동자도 다 알 거 같아요.
버스 기사님의 고충, 그리고 몸과 마음의 신호
구 기사님은 이 '정시성'이라는 족쇄 때문에 심리적으로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습니다. 정시성 기준을 맞추기 위해 배차 시간에 쫓겨 위험한하게 운전을 할 수밖에 없었고, 여러 차례 시말서도 작성해야 했습니다.
회사의 압박을 그냥 넘기지 못하고, 정시 배차가 운전하다 보면 얼마나 어려운지 항의하다가 회사 관리자에게 폭언까지 듣게 되다 보니 인간적으로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프네요. 이렇게 스트레스가 지속되다 보니 구 기사님은 2022년 4월부터 불면증과 '적응 장애' 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개인 탓'으로 불승인, 법원은 '회사 탓'
치료 과정에서 구 기사님은 2022년 7월 산재 요양급여를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구 기사님의 치료 원인을 "개인적 요인이 업무적 요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다"며 산재 신청을 거부했습니다.
구 기사님은 여기서 물러서지 않고 소송을 냈는데요.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구 기사님의 손을 들어줬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구 기사님이 공개된 장소에서 질책을 받는 등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했고, 이로 인해 적응 장애가 발생했다고 명확히 판단했습니다. 제일 중요한 점은 배차 정시성 준수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회사 관리자의 폭언 역시 정신적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판결의 의미 '단순한 승소를 넘어'
현재 구 기사님은 회사를 떠나 다른 일을 하시는데요. 이번 판결을 계기로 회사와의 복직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답니다. 이번 판결은 개인의 승소를 넘어 동료 버스 기사님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하나의 디딤돌이 될거란 생각이 드네요. 도로 위에서 시민의 손발이 되어 고군분투하는 모든 버스 기사님들의 노동 환경과 정신 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이 판결을 통해 버스 기사님들이 겪는 보이지 않는 고충을 일반 시민들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으면 합니다. 이런 판결이 작은 위로가 되어 버스기사님들의 노고를 다시 한번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버스 기사님들은 단순한 운전자가 아니라 우리를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기 위해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와 싸우는 분들이라는 점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시민들의 작은 미소와 따뜻한 한마디가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