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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동창 중 하나 그리고 가까운 친척 중 한 분이 마을버스 기사 일을 시작한 지 10년이 훌쩍 넘네요.

 

가까운 친척 중 한 분은 다름 아닌 남편의 큰 누나예요. 편리하게 이용하는 대중교통인데요. 오늘은 버스기사님들의 뼈를 갈아 넣는 고생으로 우리의 일상이 편하게 유지된다는 걸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큰 언니(남편의 큰 누나)는  올해 성남에서 시내버스 기사로 정년퇴직하셨지만, 한 달 쉬고 다시 촉탁직 기사님으로 일하고 계십니다. 교직에 몸담으셨던 시아버님이 30대 후반에 돌아가시는 바람에 K-장녀로 가장노릇을 하면서 3명이나 되는 동생들 뒤치다꺼리하고, 어머님 챙기느라 고생고생하다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직업이 마을버스 기사였습니다.

 

제가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면서 사실상 입주도우미로 딸아이를 키워 준 큰 언니도 이상 월급을 받을 수 없는 상황, 즉 실직을 하게 된거죠. 저는 기억에 없는데 제가 새로운 일을 찾아보라면서 학원비를 내드렸다네요 ㅎㅎㅎ. 딸아이 대학 입학 때 등록금 찬조금으로 보태주면서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 지원해 준 80만 원 학원비가 인생을 바꿨다면서, 고마웠다고. 

 

어떻게 해서 그 어려운 버스기사 일을 택하게 됐냐고 물어봤더니, 큰 언니 왈 "어느날 공항 리무진을 운전하는 여성 기사를 보고, 나도 저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그렇게 50이 가까워지는 나이에 시작한 조직생활이 정년까지 이어질 줄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마을버스 사진
서울시내 마을버스, 사진: 아시아경제

 

 

왜냐면요... 시민의 발 노릇을 하는 마을버스나 시내버스의 근무조건이 정말 열악하거든요. 따지고 보니 16년 전 이야기인데요. 마을버스의 경우는 하루 4시간 자면서 근무해야 했고,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대형 시내버스 회사로 옮기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체력 하나는 끝내주는 분인데, 힘들어서 하혈을 하면서도 마을버스 기사로 1년 넘게 근무했고, 운 좋게도 경기도에서 제일 큰 버스회사로 이직하시고 그 곳에서 정년을 맞이했습니다. 그 사이 결혼도 하시고, 고모부랑 열심히 일해서 아파트도 마련하고, 긍정의 힘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큰 언니가 증명했습니다.

 

가끔 가족 모임할 때마다 운전하면서 어려움이 없는지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힘들다는 이야기 보다는 남성 기사님들이랑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여성기사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하는지, 시민들이 운전할 때 얼마나 잘 도와주는지(물론 이상한 승객 이야기도 있어요.) 등 업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주셨습니다. 항상 좋은 이야기로요~

 

그럴 때마다 긍정마인드가 사람을 저렇게 빛나게 한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머리도 좋고, 똑똑하고, 말도 잘하고, 게다가 정도 많아 사람들을 이해하고 품어주는 그 품성까지 어디 나무랄 데가 없는 사람이지요. 어르신들이 보는 아침방송에 사연을 보내 TV에 나갈 수 있게 해 주겠다고 그랬었는데, 아직 그 약속을 못 지키고 있어 아쉽습니다.

 

오늘 신문에서 마을버스 운전하는 20대 초반 청년 기사님의 이야기를 보면서 갑자기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운전하면서 느끼는 위험상황, 근무조건이 얼마나 열악한지(체감으로는 옛날이랑 전혀 달라진게 없는 듯합니다.) 등 여러 가지 말씀하셨습니다.


https://naver.me/xnr3WS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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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news.naver.com

 

매일 또는 자주 이용하는 시내버스나 마을버스 기사님들의 노고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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